
1편에서는 AI 도입 전 점검해야 할 7가지 영역과 성숙도 5단계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제로 해외 기업들이 그 과정을 어떻게 거쳤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봅니다.
성공한 두 곳(JP모건, DBS은행)과, 화려하게 시작했다가 방향을 수정한 한 곳(클라르나)을 함께 다룹니다. 실패 사례를 함께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공 사례만 보면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로 끝나지만, 실패 사례를 보면 “우리는 저 지점에서 뭘 놓치면 안 되는구나”라는 실질적인 체크포인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례 ① JP모건 체이스—”강제하지 않고 확산시킨” 전략
JP모건은 2024년 여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LLM Suite를 선보였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모델을 함께 연결한 이 플랫폼은, 8개월 만에 사용자 2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목할 점은 도입 방식입니다. JP모건은 전사에 강제로 배포하는 대신, 옵트인(opt-in) 방식을 택했습니다. 원하는 직원이 먼저 신청해서 써보고, 그 경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건전한 경쟁”이 자발적 확산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400개가 넘는 개별 업무에 AI를 적용하면서, 각 업무마다 테스트군과 대조군을 나눠 실제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 관련 업무 개선에서 2억2000만 달러, 기업금융 부문 제안 시스템에서 1억 달러 규모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1편에서 강조한 체크리스트와 연결해보면:
- ✅ 측정 기준을 도입 전에 설계 (테스트군·대조군 비교)
- ✅ 거버넌스를 갖춘 상태에서 자발적 확산 유도 (강제 배포 아님)
- ✅ 개별 업무 단위로 잘게 쪼개서 적용 (한 번에 전사 통합이 아님)
사례 ② DBS은행—10년 걸려 완성한 “AI 공장”
싱가포르 DBS은행은 해외 사례 중에서도 특히 시사점이 많습니다. AI를 하루아침에 도입한 것이 아니라, 2012~2014년부터 10년 넘게 단계적으로 쌓아온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430개 이상의 AI 활용 사례와 2,000개 이상의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 한 해 AI로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약 10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대비 활용 사례 수는 4배로 늘었습니다.
DBS의 접근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표준화된 승인 절차입니다. 은행은 “ALAN”이라는 자체 프로토콜을 만들어, 새로운 AI 활용 사례가 이 절차를 거쳐야 실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했습니다. 이는 1편에서 다룬 “거버넌스” 체크리스트를 실제로 구현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DBS는 데이터·AI 인력 육성에도 꾸준히 투자해, 2021년 이후 9,000명이 넘는 직원이 관련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기술만 도입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을 함께 키운 것입니다.
다만 이 성장에는 그림자도 있습니다. DBS는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3년간 약 4,000개의 임시·계약직 일자리가 AI로 대체되어 축소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AI 도입의 성과와 인력 구조조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사례 ③ 클라르나—”너무 멀리 갔다”는 것을 인정한 회사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2024년, 오픈AI 기반의 AI 고객상담 어시스턴트가 상담직원 700명 분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응답 시간은 평균 11분에서 2분 미만으로 줄었고, 재문의율은 25% 감소했다고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5월, 클라르나 CEO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We went too far).”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의는 잘 처리했지만, 환불 분쟁이나 복잡한 감정이 섞인 상담 같은 까다로운 사례에서는 품질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미국소비자보호국(BBB)에는 3년간 900건이 넘는 관련 불만이 누적됐고, 대부분 환불·결제 관련이었습니다. 회사는 처음엔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인력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가, 결국 CEO가 공식적으로 방향 전환을 인정했습니다.

현재 클라르나는 완전한 “AI 대체”에서 **”물량은 AI,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은 사람”**이라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실패가 AI 기술 자체의 한계보다는 “어디까지를 AI에게, 어디부터를 사람에게 맡길지”라는 경계 설계를 미리 하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입니다.
1편의 체크리스트로 다시 보면:
- ❌ “AI로 몇 명을 대체했나”라는 활동 지표에 매몰 (실제 고객만족도라는 결과 지표를 놓침)
- ❌ 복잡한 사례(edge case)에 대한 대응 설계 없이 전면 전환
- ❌ 문제가 감지된 뒤에도 공개적으로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림
세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
성공한 두 사례(JP모건, DBS)와 시행착오를 겪은 사례(클라르나)를 나란히 놓으면 뚜렷한 차이가 보입니다.
| JP모건·DBS | 클라르나(초기) | |
|---|---|---|
| 적용 범위 | 개별 업무 단위로 세분화 | 고객상담 전체를 한 번에 전환 |
| 측정 방식 | 테스트군·대조군 비교, 다면적 지표 | “대체 인원 수” 중심의 단일 지표 |
| 인간의 역할 | 처음부터 명확히 설계 | 사후에 재설계 |
| 속도 | 수년~10년에 걸친 단계적 확산 | 단기간 전면 전환 |
결국 핵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어떤 속도와 범위로, 무엇을 기준으로 확산시켰는가”였습니다. 이는 1편에서 다룬 성숙도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순서대로 밟았는지의 문제와도 정확히 연결됩니다.
이번 편 핵심 정리
- 성공 사례의 공통점: 전사 일괄 도입이 아니라 업무 단위로 세분화해서 적용했습니다
- 측정 기준: “몇 명을 대체했나”가 아니라 “품질과 성과가 실제로 개선됐나”를 봐야 합니다
- 인간의 역할은 사전 설계 사항: 어디까지 AI, 어디부터 사람인지는 문제가 터진 뒤가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 시간이 걸리는 게 정상: DBS도 10년이 걸렸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조급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편 예고
③ 편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실제 AI 도입 현황을 살펴보고, 앞서 다룬 해외 사례와 비교해봅니다.
뉴스1608 관련 기사 추천
① [기획] 기업 AI 도입 가이드 ①
[기획] 기업 AI 도입 가이드 ①|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② AI 붐의 숨은 청구서
AI 붐의 숨은 청구서…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빚’으로 짓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하면서 참고한 자료 출처
- AI News – JPMorgan Chase AI strategy: $18B bet paying off — LLM Suite 도입 규모, 측정 방식
- Global Finance – DBS Group Putting AI Into The Bank’s DNA — DBS AI 활용 사례 수, 경제적 가치
- Fortune/Business Insider 계열 보도 종합 – Klarna AI Customer Service Rollback — 클라르나 CEO 발언, 재채용 결정 경위
※ 본 기사는 해외 언론 보도와 기업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뉴스1608이 국내 독자를 위해 정리·재구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각 기업의 수치는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