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등 여러 금융회사에서 연쇄 침해사고가 발생하면서 AI 해킹에 대한 금융권의 경계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같은 공격 IP가 발견됐고, 공격자가 IP를 바꿔가며 공격을 이어간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 “AI가 스스로 은행을 해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AI가 새로운 해킹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격의 탐색·반복·자동화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고의 공통점, 2단계 인증(MFA)만으로 부족한 이유, 그리고 은행 보안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목차
AI 해킹 의심 사고, 무엇이 공통점이었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시중은행 공격에서는 같은 공격자의 IP가 여러 회사에서 발견됐고, 공격자는 IP를 바꿔가며 공격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당국은 AI 도구를 활용한 대량 자동화 공격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금융보안원도 지난 9월 금융권을 겨냥한 AI 에이전트 기반 공격 시도가 실제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보안원은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조회하거나 시스템과 연결될 때 쓰는 API가 새로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API 인증키와 접근권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즉 이번 사건은 “비밀번호가 털렸다”는 단순한 구도로만 볼 사안이 아닙니다.
동일 IP만으로 AI 해킹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
동일 IP가 발견됐다고 AI 해킹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IP 주소 하나로 공격자를 특정할 수 없고, 한 IP에서 여러 금융회사에 접근하는 일은 일반적인 자동화 도구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비슷한 방식의 공격이 여러 회사로 이어졌고, IP를 바꿔가며 계속됐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회사별 시스템을 하나하나 분석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자동화 프로그램이나 AI 에이전트가 개입하면 아래와 같은 과정을 훨씬 빠르게 반복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권에 최고 수준의 경각심을 주문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은 “AI 해킹 확정”이 아니라 “AI 또는 자동화 도구를 이용한 대량·고속 공격 가능성을 조사 중”입니다.
은행은 왜 뚫렸나|정문보다 옆문이 문제였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특징은 공격자가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을 정면으로 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모집인이 쓰는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비정상 접근이 발생했고, 공격자는 고객번호 등에 무작위 값을 넣어가며 조회와 휴대전화 인증 우회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대출신청 결과 조회 등 여러 서비스에 공격이 집중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공격을 처음 감지한 것은 최초 접근 후 약 15시간 뒤였고, 최종 차단까지는 약 30시간이 걸렸습니다. 핵심 계정계 시스템을 아무리 단단히 지켜도 외부에 열린 조회 서비스·업무지원 시스템·API에 인증이나 접근통제의 빈틈이 있으면 공격자는 그곳부터 노린다는 교훈입니다. 금융당국도 사고 이후 외부 노출 IT 자산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인증 없이 내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없는지 점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단계 인증(MFA)만으로 AI 해킹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책은 2단계 인증(MFA)입니다. 아이디·비밀번호 다음에 휴대전화 인증이나 OTP를 한 번 더 거치게 하면, 비밀번호가 유출돼도 상당수 계정 탈취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도 다중인증 체계가 피해 규모를 가른 중요한 요소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공격자가 로그인 화면을 거치지 않고도 접근할 수 있는 외부 API나 조회 서비스를 찾아내면,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할 일이 없으니 2단계 인증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현관문에 이중 잠금장치를 달았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그래서 “MFA를 적용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서비스에 인증이 적용돼 있는가
- API 호출에도 인증과 권한검사가 함께 이뤄지는가
- 로그인 이후 사용자가 볼 수 있는 데이터 범위를 검증하는가
- 인증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API나 웹페이지는 없는가
- 정상 사용자라도 비정상적으로 많이 조회하면 탐지되는가
- IP를 바꿔도 같은 공격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가
AI 해킹에 대비한 은행의 5중 방어체계
MFA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보안 계층을 여러 겹으로 쌓는 것입니다. 한 겹이 뚫려도 다음 겹에서 멈추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① 다중인증(MFA)
OTP, 생체인증, 보안토큰 등으로 아이디·비밀번호만으로는 중요한 시스템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듭니다. 직원용 시스템, 관리자 계정, 외부 업무지원 시스템에는 특히 높은 수준의 인증 정책이 필요합니다.
② 인증 이후의 권한검증
로그인했다고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출모집인 A가 로그인했다면 A가 담당하는 고객 정보만 보여야 합니다. 비밀번호가 맞는지 확인하는 인증(Authentication)과, 그 사람이 특정 데이터를 볼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권한(Authorization)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③ API 보안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API가 가장 중요한 연결 통로이자 공격 표적입니다. API 키 관리, 토큰 만료, 호출 주체 검증, 권한 범위 제한, 호출량 제한, 비정상 호출 탐지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외부 API가 내부 고객정보까지 이어지는 구조라면 API 하나의 취약점이 대량 유출로 번지지 않도록 데이터 접근 범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④ IP가 아니라 행동을 탐지
과거에는 위험 IP 차단만으로도 효과가 있었지만, 공격자가 IP를 계속 바꾸면 한계가 분명합니다. 하루 20건을 조회하던 계정이 갑자기 수천 건을 조회하거나,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속도로 요청을 반복하거나, 짧은 시간에 여러 서비스를 순서대로 훑는다면 자동화 공격을 의심해야 합니다. 보안의 기준을 IP 기반에서 행동 기반으로 옮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⑤ 이상징후 발생 시 자동 격리
자동화 공격의 가장 큰 위협은 속도입니다. 사람이 로그를 분석하는 사이 공격자는 다른 빈틈을 찾습니다.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탐지부터 격리까지를 최대한 자동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은행의 AI 도입이 늘수록 AI 보안도 커져야 한다
금융권은 이미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뉴스1608의 기업 AI 도입 가이드에서도 AI를 도입할 때 데이터·보안·거버넌스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정리했고, 국내 은행이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는 내용은 금융권 Agentic AI 도입 현황에서 다뤘습니다.
AI가 은행 업무를 자동화할수록 공격자도 AI로 공격을 자동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는 은행인가”보다 “AI를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은행인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권이 지금 점검해야 할 8가지
- 외부에 노출된 모든 IT 자산과 서비스 목록화
- MFA 적용 범위 확대
- API 인증·권한 체계 강화
- 최소권한 원칙 적용
- 행동 기반 이상징후 탐지
- 자동화된 공격 차단
- 시스템 간 네트워크 분리
- 사고 발생 시 즉시 격리 및 로그 보존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 곳이 뚫려도 피해가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피해 반경(Blast Radius)을 줄이는 것입니다. AI 해킹을 100% 사전에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작은 틈 하나가 수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커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보안 설계와 대응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필자의 판단
금융권 디지털 업무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입장에서 이번 사고의 본질은 “AI”보다 “관리되지 않은 외부 접점”에 있다고 봅니다. 은행은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같은 주력 채널에는 오랫동안 막대한 보안 투자를 해왔습니다. 반면 대출모집인용 페이지, 제휴사 연동 화면, 오래된 조회용 API처럼 업무 편의를 위해 하나둘 늘어난 주변 시스템은 담당 부서가 흩어져 있고, 만들어진 시점의 보안 기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공격자, 특히 자동화 도구는 바로 이런 곳을 가장 먼저 찾아냅니다.
두 번째로 짚고 싶은 것은 탐지 시간입니다. 최초 접근 후 15시간 뒤에야 감지했다는 것은 장비가 없어서라기보다 “이 정도 조회량은 정상”이라는 기준이 서비스별로 정의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그리고 AI 에이전트 연동으로 API 호출은 앞으로 더 늘어납니다. 서비스마다 정상 호출 패턴의 기준선을 정하고, 벗어나면 자동으로 호출을 제한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MFA를 몇 개 더 붙이는 것보다 실효성이 클 것입니다.
개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오는 “개인정보 유출 안내”를 가장한 문자·전화를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유출 사고 직후에는 이를 악용한 2차 피싱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안내를 받았다면 문자 속 링크가 아니라 은행 공식 앱이나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확실한 방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번 금융권 해킹은 AI가 직접 한 것인가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동일 IP, 빠른 반복 공격, 여러 회사에 대한 유사한 패턴이 확인돼 AI 또는 자동화 도구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 인증을 쓰면 안전한가요?
계정 탈취를 막는 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다만 로그인 없이 접근 가능한 API나 조회 서비스의 취약점은 MFA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권한검증, API 보안, 행동 탐지가 함께 필요합니다.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은행 앱 알림과 거래 내역을 수시로 확인하고, 유출 안내를 사칭한 문자·전화의 링크는 누르지 말고 공식 채널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융보안 관련 공식 안내는 금융보안원과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AI 해킹 시대, 2단계 인증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연쇄 사고는 은행 보안의 기준이 “철통 같은 핵심망”에서 “외부에 연결된 모든 시스템과 API까지 포함한 전체 공격면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가 공격 속도를 높인다면 방어도 AI와 자동화로 더 빨리 탐지하고, 자동으로 차단하고,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앞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로그인했는가”가 아니라 “로그인 이후의 행동까지 정상인가”입니다.
※ 본 기사는 금융위원회, 금융보안원 및 주요 언론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수사 및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확인된 사실과 가능성을 구분해 서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