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제조업, 물류, 의료, 외식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로봇을 도입하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문제는 초기 투자비용입니다.
로봇 본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교육과 현장 통합까지 고려하면 로봇 자동화는 기업에 적지 않은 투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RaaS(Robot as a Service·서비스형 로봇)입니다.
쉽게 말하면 로봇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필요한 기간 동안 로봇과 소프트웨어,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대신 구독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확산된 것처럼, 로봇도 ‘구매’에서 ‘서비스 이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량은 약 20만 대로 전년보다 9% 증가했습니다. 특히 인력 부족과 자동화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로봇을 일시불로 구매하기보다 구독이나 렌탈 형태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IFR은 RaaS 로봇 플릿이 31%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RaaS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로봇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을까요?
RaaS란 무엇인가? 로봇을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이용한다
RaaS는 Robots as a Service의 약자입니다.
로봇을 기업이 직접 구매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로봇과 관련 소프트웨어, 운영·관리 서비스를 하나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물류회사가 자율이동로봇(AMR)을 도입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존 방식이라면 로봇을 직접 구매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뒤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별도로 관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RaaS에서는 로봇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묶어 계약하고 사용량이나 계약 조건에 따라 비용을 지불합니다.
즉,
로봇 구매 → 로봇 서비스 이용
으로 비용 구조가 바뀌는 것입니다.
CapEx에서 OpEx로…RaaS의 핵심은 비용 구조 변화
RaaS를 이해하려면 CapEx와 OpEx를 알아야 합니다.
CapEx란?
CapEx(Capital Expenditure)는 기업의 자본적 지출을 의미합니다.
공장 설비나 기계, 건물처럼 장기간 사용하는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발생하는 투자비용입니다.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CapEx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OpEx란?
OpEx(Operating Expenditure)는 운영비용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RaaS는 로봇 도입 비용을 상대적으로 OpEx 중심의 비용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로봇을 구매하는 대신 서비스 계약을 통해 이용하면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을 줄이고 월별 또는 계약 기반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계약은 로봇 종류, 계약기간, 유지보수 범위, 사용량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RaaS가 동일한 비용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RaaS가 중소기업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
대기업은 수십억 원 규모의 자동화 설비를 투자할 수 있는 자금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로봇을 도입하고 싶어도
- 초기 투자비용
- 유지보수 비용
- 전문 인력 부족
- 시스템 통합 비용
- 로봇 활용 경험 부족
- 기술 변화에 따른 장비 노후화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aaS는 이 가운데 일부 부담을 서비스 제공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대규모 로봇을 구매하기보다 작게 시작한 뒤 실제 생산성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로봇 대수를 늘리는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물류창고에서 먼저 커지는 RaaS
RaaS가 특히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물류와 창고 자동화입니다.
대표적인 로봇이 AMR(Autonomous Mobile Robot·자율이동로봇)입니다.
AMR은 창고 안에서 상품이나 자재를 운반하고 작업자와 협업하는 로봇입니다.
물류센터는 주문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적은 물량을 처리하다가 명절, 쇼핑 행사, 연말 등 특정 시기에 주문량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업이 로봇을 대량으로 구매해 놓으면 평상시에는 로봇의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RaaS를 활용하면 수요가 증가할 때 로봇을 추가하고, 수요가 줄어들면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RaaS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다…Locus Robotics의 RaaS
RaaS가 단순한 개념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물류로봇 기업 Locus Robotics는 AMR을 RaaS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Locus Robotics는 자사의 RaaS 모델을 통해 고객이 대규모 자본투자를 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로봇을 활용하고, 물류량이 증가할 경우 로봇 플릿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지원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물류센터의 성수기처럼 일시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는 경우 추가 로봇을 투입하고, 수요가 감소하면 다시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기존 제조설비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입니다.
로봇을 사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동화 능력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RaaS는 로봇을 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RaaS를 단순한 ‘로봇 렌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단순 렌탈은 로봇 장비 자체를 빌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습니다.
반면 RaaS는 일반적으로
로봇 + 소프트웨어 + 데이터 + 유지보수 + 운영지원
등을 하나의 서비스 형태로 묶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는 대상은 단순한 로봇 한 대가 아니라 자동화 기능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향후 로봇 산업의 수익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봇 회사의 돈 버는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 로봇 제조업의 핵심 매출은 로봇 판매였습니다.
기업이 로봇을 구매하면 제조사는 판매대금을 한 번에 받습니다.
하지만 RaaS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로봇 제조·서비스 업체는
- 로봇 이용료
- 소프트웨어 이용료
- 유지보수
- 데이터 분석
- 시스템 통합
- 추가 로봇 투입
-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반복적인 서비스 매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로봇 산업이
하드웨어 판매 → 반복적인 서비스 매출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SaaS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한 번 판매하는 대신 매월 구독료를 받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로봇의 ‘몸’보다 ‘두뇌’가 중요해질 수 있다
RaaS가 확산되면 로봇 산업의 경쟁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더 좋은 로봇 하드웨어를 만드는가?”
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누가 로봇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AI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에서는 AI가 주문량과 작업자의 위치를 분석해 로봇의 이동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많아질수록 개별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수십~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Locus Robotics 역시 자사 플랫폼이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을 배분하고 여러 로봇의 작업을 최적화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로봇 산업은
로봇 하드웨어 + AI + 소프트웨어 + 서비스
가 결합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RaaS가 만드는 새로운 금융시장
RaaS가 확대되면 금융산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로봇을 직접 구매할 경우 기업의 자본투자가 필요하지만, RaaS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구조가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 로봇 리스
- 로봇 구독 금융
- 로봇 자산보험
- 로봇 고장 보험
- 로봇 성능 보증
- 로봇 운영 데이터 기반 금융
등과 같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금융회사가 단순히 로봇 구매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로봇의 실제 가동률과 매출 기여도, 유지보수 이력 등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설계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금융서비스는 아직 산업별·기업별 계약구조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향후 시장 형성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시장도 달라질 수 있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 많아질수록 새로운 위험도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물류창고의 AMR이 사람과 충돌하거나 시스템 오류로 작업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로봇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사이버보안 위험도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로봇 손해보험 + 사이버보험 + 운영중단보험
등을 결합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로봇 서비스 업체들은 로봇 자체의 유지보수뿐 아니라 보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중요한 관리 영역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RaaS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모두 대체할까요?
현재의 RaaS 모델을 보면 반드시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물류 분야의 AMR은 작업자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형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고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업무를 담당하면 사람은 상품 확인, 판단, 예외처리와 같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Locus Robotics도 AMR이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서 반복적인 이동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RaaS의 경제적 효과를 단순히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
라고 보는 것보다
“부족한 노동력을 로봇으로 보완한다”
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RaaS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
RaaS가 기존 로봇 구매 모델과 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확장성(Scalability)입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에 20대의 로봇이 필요하다가 주문량이 증가하면 추가 로봇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동량이 줄어들면 로봇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Locus Robotics는 이러한 방식으로 물류량 변화에 따라 로봇을 추가하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이 RaaS의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특히 계절적 수요가 큰 산업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로봇을 1년 내내 최대 용량으로 보유하는 대신 필요한 시기에 자동화 능력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RaaS에도 단점은 있다
RaaS가 모든 기업에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는 장기 비용입니다.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초기 부담은 낮을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누적 구독료가 구매 비용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서비스 제공업체 의존도입니다.
특정 업체의 로봇과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경우 계약 종료나 서비스 변경이 기업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와 보안 문제입니다.
RaaS 로봇은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관리가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현장 통합 문제입니다.
로봇을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화가 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창고관리시스템(WMS), 제조시스템, 작업자 동선, 안전규정 등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RaaS를 선택할 때는 월 이용료만 볼 것이 아니라
총비용(TCO) + 생산성 향상 + 유지보수 + 계약조건 + 데이터 보안
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RaaS 시장의 다음 단계는 ‘AI 로봇 구독’
향후 RaaS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로봇을 빌려주는 수준을 넘어 AI 기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단순히 지정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넘어
- 주문량을 예측하고
- 작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 이동경로를 최적화하고
- 사람의 작업량을 분석하고
-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 필요한 로봇 수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로봇 한 대’가 아닙니다.
기업이 구매하는 것은 자동화된 생산성 자체가 됩니다.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도 바뀐다
RaaS가 확산되면 로봇 기업의 가치평가 방식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로봇 판매량 × 로봇 가격
이 중요한 지표였다면,
앞으로는
가입 고객 수 × 로봇 대수 × 월 반복매출 × 유지율
같은 서비스형 비즈니스 지표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로봇 기업은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로봇 시장의 승자는 가장 많은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많은 로봇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속적인 서비스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
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RaaS는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길까
한국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RaaS의 의미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업이 구매할 수 없다면 산업 현장에 보급되기 어렵습니다.
RaaS는 이 문제를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입니다.
자동차를 반드시 구매하지 않고 구독하거나 렌탈하는 것처럼 기업도 로봇을 반드시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제조 → 물류 → 병원 → 요양 → 외식 → 농업 → 서비스업
으로 로봇 활용 영역이 확대된다면 RaaS는 로봇 산업의 중요한 유통·금융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로봇의 미래는 ‘판매량’보다 ‘서비스’에 달렸다
RaaS는 단순한 로봇 렌탈 서비스가 아닙니다.
핵심은 로봇을 제품에서 서비스로 바꾸는 것입니다.
기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만큼 자동화 규모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로봇 기업은 일회성 판매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데이터, 운영지원 등을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에는 로봇 리스와 보험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고, AI 기업에는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습니다.
결국 RaaS는
로봇 제조업 + AI + 소프트웨어 + 금융 + 보험
을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RaaS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로봇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생산성 향상, 합리적인 총비용, 안정적인 유지보수, 데이터 보안,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이 함께 해결돼야 합니다.
AI가 로봇의 두뇌를 발전시키고 있다면, RaaS는 로봇을 산업 현장에 확산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이 로봇을 구매하는 대신 “이번 달에는 로봇 20대가 필요합니다”라고 주문하는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기사는 RaaS(Robot as a Service)의 산업적 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특정 로봇 기업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 또는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