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자동차만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놓치고 있는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 규제 크레딧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면서 각종 환경 및 자동차 관련 규제에 따라 거래 가능한 크레딧을 확보하고, 이를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판매한다.
테슬라의 2025년 자동차 규제 크레딧 매출은 19억9300만 달러였다. 2024년에는 27억6300만 달러에 달했다. 다만 이 돈을 흔히 말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테슬라의 크레딧은 자동차 제조사의 규제 준수를 위한 크레딧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장은 무엇일까.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VCM)과 이를 블록체인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연결하려는 탄소크레딧 토큰화다.
다만 이 시장은 “탄소배출권을 토큰으로 만들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탄소크레딧인지, 실제 감축이 있었는지, 이중계산을 막았는지, 토큰과 원래 탄소등록부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다.
테슬라가 파는 것은 VCM 탄소배출권과 다르다
먼저 가장 헷갈리는 부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의 규제 크레딧
테슬라는 자동차 사업 과정에서 여러 규제에 따라 거래 가능한 크레딧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를 규제 대상인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판매한다.
구매자는 이 크레딧을 각종 배출·연비·무공해차 관련 규제 준수에 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이러한 크레딧을 Automotive Regulatory Credits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해당 크레딧의 판매가격과 수익은 생산량, 판매량, 규제 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VCM은 다르다
VCM은 Voluntary Carbon Market, 즉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기업이나 기관 등이 법적 의무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산림 보전, 메탄 감축, 재생에너지, 탄소 제거 등의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탄소 감축량이 크레딧으로 발행될 수 있다.
따라서
테슬라의 규제 크레딧 ≠ VCM 탄소크레딧
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탄소시장 투자의 첫 단계다.
VCM이란 무엇인가
VCM은 쉽게 말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활동에 돈을 지불하고 그에 해당하는 탄소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탄소크레딧은 일반적으로 1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₂e)에 해당하는 감축·제거 등을 나타내는 단위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거나 대기 중 탄소를 제거했다고 검증되면 이에 해당하는 탄소크레딧이 발행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인증·등록 체계로는 Verra의 VCS와 Gold Standard 등이 있다. Verra는 현재 25억 개가 넘는 VCU 발행 기록과 2,500개 이상의 VCS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 탄소 감축이 정말 있었는가?”
바로 이 질문이다.
탄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큰’이 아니라 ‘신뢰’
탄소크레딧 시장에서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탄소시장은 프로젝트의 측정·보고·검증, 즉 MRV(Measurement, Reporting and Verification) 과정과 등록부 관리가 중요하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얼마만큼 탄소가 감축됐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고,
누가 그 크레딧을 소유하고 있는지 기록하고,
사용 또는 소각(retirement)된 크레딧을 다시 거래하지 못하게 관리해야 한다.
국제적인 고품질 탄소시장 논의에서도 추가성(additionality), 영속성, 검증 가능성, 이중계산 방지 등이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
ICVCM 역시 고품질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해 Core Carbon Principles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무엇을 바꿀까
블록체인은 탄소크레딧 자체의 품질을 자동으로 보증하는 기술은 아니다.
이것이 이번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블록체인이 잘하는 것은
누가 언제 무엇을 거래했는지 기록하는 것
이다.
따라서 실제 탄소 감축량을 측정하는 센서나 위성, 현장 검증 시스템과 탄소 등록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거래 기록과 소유권 이전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Gold Standard 역시 탄소크레딧 토큰화가 탄소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 기록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좋은 거버넌스와 디지털 MRV 등이 함께 작동해야 하며, 잘못 설계된 토큰화는 오히려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블록체인 = 진짜 탄소크레딧을 만들어주는 기술
이 아니라
검증된 탄소크레딧을 더 투명하게 추적·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프라
에 가깝다.
탄소크레딧 토큰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구조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① 탄소감축 프로젝트
↓
② 탄소 감축량 측정·검증
↓
③ 공식 탄소등록부에 크레딧 발행
↓
④ 해당 크레딧을 기반으로 디지털 토큰 발행
↓
⑤ 블록체인에서 이전·거래
↓
⑥ 실제 탄소크레딧과 연결된 방식으로 사용·소각
이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탄소크레딧 거래의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Gold Standard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과 탄소크레딧의 연결을 검토해왔고, Toucan·Flowcarbon·Thallo 등 관련 프로젝트들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토큰화하면 이중계산이 사라진다’는 말은 틀렸다
초안에서 가장 크게 수정해야 할 부분이다.
블록체인에 토큰을 올린다고 이중계산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실제 탄소크레딧이 기존 등록부에서 존재하는데 이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한 뒤, 원래 등록부에서 또 거래하거나 소각해버린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토큰과 원본 탄소등록부 사이에 명확한 연결이 필요하다.
Gold Standard도 디지털 자산 모델을 검토하면서 이중계산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장치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Verra는 과거 퇴출(retired)된 크레딧을 기반으로 토큰을 만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크레딧의 환경적 효익이 이미 사용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탄소시장에서는
블록체인보다 ‘원본 크레딧의 신뢰성’이 먼저다.
VCM과 블록체인의 결합이 만드는 3가지 변화
① 탄소시장 거래의 디지털화
현재 탄소시장은 프로젝트 종류, 인증기관, 지역, 품질 등에 따라 시장이 상당히 분산돼 있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거래와 소유권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스마트계약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탄소크레딧 거래의 자동화와 표준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② 탄소크레딧의 소액화 가능성
토큰화의 또 다른 장점은 디지털 단위로 쪼개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탄소크레딧 또는 여러 크레딧을 작은 단위의 토큰으로 표현하면 기존 시장보다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1만원으로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면 가격 상승으로 수익을 얻는다”
고 표현하면 안 된다.
토큰화된 탄소자산이 투자상품인지, 단순한 사용권인지, 환경적 효익을 나타내는 디지털 표현인지에 따라 법적 성격과 위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크레딧 가격은 프로젝트 품질과 수요, 규제, 인증 기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③ 친환경 프로젝트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산림 보전이나 탄소 제거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래에 발생할 탄소 감축량에 경제적 가치가 부여된다면 탄소크레딧 자체가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구조와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토큰화가 결합하면
프로젝트 → 탄소감축 → 크레딧 → 디지털 자산 → 글로벌 거래
라는 새로운 금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미래 탄소감축량을 미리 토큰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프로젝트 실패, 감축량 미달, 품질 문제 등의 위험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래 탄소감축량을 토큰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시장 규모는 정말 ‘폭발’하고 있을까
여기서도 과장된 표현은 피해야 한다.
탄소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VCM 거래량이 일방적으로 폭발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cosystem Marketplace 자료를 보면 VCM의 연간 거래량은 2023년 1억1240만 tCO₂e에서 2024년 8440만 tCO₂e로 약 25% 감소했다. 반면 크레딧 retirements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세계은행도 2025년 탄소가격 관련 보고서에서 탄소크레딧 발행량이 2024년보다 8% 증가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크레딧 가격은 2025년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시장을
“탄소배출권이 무조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시장”
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시장은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품질·수요·규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전환기”
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 점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중요하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탄소 가격’보다 ‘탄소 품질’일 수 있다
과거 탄소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많은 크레딧을 만들 수 있는가
였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크레딧인가
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ICVCM이 고품질 탄소크레딧의 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앞으로 살아남을 프로젝트는 단순히 탄소크레딧을 많이 발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 실제 추가적인 탄소 감축이 있었는가
- 감축량을 정확히 측정했는가
- 장기간 유지되는가
- 이중계산을 방지했는가
- 프로젝트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원본 등록부와 거래 기록이 연결되는가
등을 증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업에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탄소시장과 블록체인의 결합은 단순히 ‘탄소코인’ 하나가 등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시장은 오히려 인프라에 있을 수 있다.
① 탄소 데이터
위성·센서·IoT 등을 활용해 실제 탄소감축량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② MRV 자동화
탄소감축량의 측정·보고·검증 과정을 디지털화한다.
③ 탄소 등록부
탄소크레딧의 발행·이전·소각 정보를 관리한다.
④ 토큰화
검증된 크레딧을 블록체인에서 디지털 자산과 연결한다.
⑤ 거래 인프라
기업과 기관이 탄소크레딧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
즉 탄소시장에서는 토큰 자체보다 데이터와 검증 인프라가 더 중요한 산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따로 있다
테슬라 사례의 핵심은 VCM이 아니다.
탄소와 환경 규제가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규제 크레딧을 판매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왔다.
다만 이 역시 영구적인 수익원이 아니다.
테슬라의 2025년 규제 크레딧 매출은 2024년보다 7억7000만 달러, 약 28% 감소했다. 회사 역시 규제 변화와 생산·판매량에 따라 크레딧 공급과 매출이 변동한다고 설명했다.
즉 테슬라 사례에서 투자자가 배워야 할 것은
“탄소배출권은 무조건 돈이 된다”
가 아니라
“환경 규제가 새로운 경제적 자산과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는 것이다.
탄소 RWA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이유
결국 탄소크레딧과 블록체인의 결합은 RWA 시장의 중요한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채나 부동산처럼 소유권과 가격을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자산과 달리 탄소크레딧은 환경적 효익 자체의 진위와 품질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 RWA가 성공하려면
실물 검증
↓
공식 등록
↓
디지털 토큰
↓
블록체인 거래
↓
사용·소각 추적
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토큰의 투명성은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
결론|탄소시장의 미래는 ‘탄소코인’이 아니라 신뢰에 달렸다
자발적 탄소시장과 블록체인의 결합은 분명 흥미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탄소배출권을 토큰으로 만들면 누구나 쉽게 투자하고 돈을 벌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자동차 규제 크레딧과 VCM 탄소크레딧도 서로 다른 시장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탄소감축의 진위를 자동으로 보증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실제로 탄소가 줄었는가
↓
그 감축량이 제대로 검증됐는가
↓
이중계산이 차단됐는가
↓
토큰과 원본 탄소크레딧이 연결돼 있는가
이다.
이 네 가지가 해결된다면 탄소시장은 단순한 ESG 캠페인을 넘어 데이터·블록체인·RWA·기후테크가 만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크레딧을 토큰으로 포장하는 데 그친다면 블록체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문제를 디지털화하는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
탄소시장의 다음 경쟁은 ‘누가 더 많은 토큰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탄소 데이터를 만들 것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본 기사는 공개된 기업·공공기관 및 탄소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뉴스1608의 분석 기사입니다. 탄소크레딧 및 토큰화된 탄소자산의 가격과 유동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개별 토큰의 법적 성격과 금융상품 해당 여부는 상품 구조 및 관련 규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특정 가상자산이나 투자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기사 작성시 참고한 출처
테슬라 2025 연차보고서
테슬라가 판매하는 것이 VCM 탄소크레딧이 아니라 자동차 규제 크레딧이라는 사실과 2025년 매출 19.93억 달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Tesla 2025 Annual Report
Gold Standard – 탄소크레딧 토큰화
토큰화의 장점과 함께 디지털 MRV·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old Standard: Blockchain for better
ICVCM – Core Carbon Principles
고품질 탄소크레딧의 기준을 설명하는 핵심 출처입니다. ICVCM 공식 사이트
세계은행 –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2026
최근 글로벌 탄소시장과 탄소가격 관련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World Bank Carbon Pricing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