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주 부산 출장, 30만원 안쪽으로 KTX랑 숙소 잡아 줘.” 지금까지 AI는 이런 요청에 추천 목록을 보여주는 데서 멈췄습니다. 결제는 결국 사람이 직접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AI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 비교하고, 결제까지 끝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거래를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부릅니다.
편리해 보이지만 결제 쪽에서 보면 질문이 많아집니다. AI가 결제했을 때 그게 정말 사용자가 원한 거래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요. 잘못 샀다면 누가 책임질까요. 이 글에서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작동 방식과 글로벌 결제 표준 경쟁, 국내 카드사의 준비 상황, 그리고 금융회사 입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합니다.
목차
에이전틱 커머스란 무엇인가
에이전틱 커머스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는 상거래를 말합니다. 쇼핑 추천 알고리즘이나 챗봇 상담과 다른 점은 AI가 ‘의사결정과 실행의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AI를 거쳐 미국 소매 사이트로 들어온 방문은 1년 전보다 393% 늘었고, 이렇게 들어온 방문의 구매 전환율은 다른 경로보다 약 42% 높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AI 경유 방문의 전환율이 오히려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변화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이렇게 흘러간다

사용자는 먼저 AI에게 조건과 한도를 정해 권한을 맡깁니다. AI는 여러 쇼핑몰의 상품과 가격, 배송 조건을 비교하고 가장 맞는 것을 고릅니다. 결제 단계에서는 실제 카드 번호 대신 토큰화된 결제 정보가 쓰이고, 이 거래가 사용자가 맡긴 범위 안에 있는지 검증을 거칩니다. 마지막으로 구매 내역이 사용자에게 알려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추적할 수 있도록 기록이 남습니다.
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위임’입니다. 기존 온라인 결제는 결제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곧 카드 주인이라는 전제 위에 설계됐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주체가 AI이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은 ‘누가 결제했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허락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결제 표준 경쟁: AP2, ACP, 그리고 카드 네트워크

이 ‘위임을 증명하는 방식’을 두고 표준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구글은 AI 에이전트가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프로토콜 ‘AP2’를 발표했습니다. 마스터카드, 페이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인베이스 등 60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했고, 사용자의 구매 의도와 장바구니 내용을 암호 서명으로 봉인해 위변조를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같은 달 오픈AI와 스트라이프도 대화 화면 안에서 바로 결제하는 ‘ACP’를 내놓았습니다.
카드 네트워크도 움직였습니다. 비자는 토큰화와 신원 인증, 리스크 관리를 묶은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를,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페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표준이 여러 개라 부담이 큰데, 최근에는 한 번 연동하면 여러 표준의 에이전트 결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결제대행사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표준이 하나로 정리되기보다는 당분간 여러 방식이 함께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카드사는 어디까지 왔나
국내 금융권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비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출범한 ‘비자 에이전틱 레디’ 프로그램에는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카카오뱅크,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국내 6개사가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발급사들이 실제와 비슷한 통제된 환경에서 AI 에이전트 주도 거래를 직접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26년 9월 29일에는 KB국민카드가 에스와이폴라리스와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검증 공동 실증’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국내 기술 표준(K-AP)으로 인증과 거래 검증 요건을 점검하고, 해외에서는 비자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표준 검증을 병행하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실증과 테스트 단계지만, 금융회사들이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준비해야 하는 과제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은행권의 AI 에이전트 도입 흐름은 news1608의 시중은행 AI 에이전트 도입 현황에서도 다뤘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
1. 위임의 범위를 어떻게 검증할까
“10만원 이하 운동화”라고 맡겼는데 AI가 12만원짜리를 샀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제 단계에서 위임 조건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확인해야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AP2가 구매 의도를 서명으로 봉인하는 것도 이 문제 때문입니다.
2. 이상거래 탐지의 기준이 바뀐다
지금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은 ‘평소 이 사람답지 않은 거래’를 찾습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새벽에도, 여러 쇼핑몰에서 연달아 결제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기준으로 보면 전부 의심 거래가 됩니다. 사람의 행동 패턴과 에이전트의 행동 패턴을 구분하고, 에이전트 자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FDS의 기본 원리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해설에서 먼저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3.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사용자가 권한을 잘못 줬는지, AI가 지시를 잘못 해석했는지, 쇼핑몰이 정보를 잘못 제공했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집니다. 현재의 약관과 분쟁 처리 절차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결제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 제도 정비가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4. 결제는 결국 API 위에서 움직인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AI가 쇼핑몰, 결제대행사, 카드사의 시스템과 API로 대화하는 구조입니다. 누가 어떤 API에 어떤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호출량과 이상 호출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곧 보안의 핵심이 됩니다. 은행들이 외부 기업에 API를 여는 경쟁은 시중은행 오픈 API 패권 전쟁에서, AI가 권한 밖으로 행동하는 위험은 로그 AI 해설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
- AI 쇼핑 기능에 결제 수단을 연결할 때는 한도와 사용처를 좁게 설정합니다.
- 결제 알림을 켜서 AI가 한 결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 처음에는 금액이 작고 반품이 쉬운 상품부터 맡겨 보면서 AI의 판단 방식을 확인합니다.
- 공식 앱과 서비스가 아닌 곳에 카드 정보를 넘기는 ‘AI 자동 구매’ 서비스는 주의합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에서도 지금 AI가 대신 결제해 주나요?
국내에서는 카드사와 기술 기업들이 실증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일반 소비자가 폭넓게 쓰기까지는 기술 검증과 제도 정비가 더 필요합니다.
Q. AI가 결제하면 카드 번호가 AI에게 넘어가나요?
주요 표준은 실제 카드 번호 대신 토큰화된 결제 정보를 쓰는 방향입니다. AI가 원래 카드 번호를 직접 보관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Q. 가맹점 수수료도 달라지나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결제 경로에 새로운 참여자가 생기는 만큼 비용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카드 수수료 구조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총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 결제의 주인이 바뀔 때
에이전틱 커머스의 본질은 쇼핑의 편리함보다 ‘결제의 주인이 사람에서 AI로 넘어갈 때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있습니다. 기술 표준, 이상거래 탐지, API 보안, 책임 규정이 함께 바뀌어야 비로소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외 카드사들이 서두르는 실증은 그 신뢰의 기초 공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아시아경제 – AI 에이전트 커머스와 디지털 화폐
- 블루밍비트 – 비자 에이전틱 레디 출범, 국내 카드사 합류
- 뉴스핌 – KB국민카드 AI 에이전트 결제 실증 MOU
- Mastercard – Agentic commerce startups
※ 본 기사는 결제 기술과 산업 동향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금융회사나 서비스의 이용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언급된 표준과 프로그램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빠르게 바뀔 수 있으니 각 기업의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 이미지는 News1608이 자체 제작한 인포그래픽입니다.






